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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21화

by 박달령 2007. 10. 23.

♡ 그 냄새 또한 향기롭더라. (遺臭時流芳)

신(申)씨 성을 가진 어느 벼슬아치가 있었는데 그는 일찍이 어떤 명기(名妓)에 완전히 빠지고 말았다. 친척과 친구들이 그 비행을 힐책하자, 신(申)은,

"나도 경계하여 다시는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 하였으나, 그녀의 아리따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쁜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으니 내 그녀를 어떻게 하면 좋은가 ?"

하였다.

그러자 친구들이 책망하면서,
"만일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나쁜데가 없다면, 그녀가 뒤를 볼때 왜 그 더러운 것은 못보았는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신(申)은,

"왜 못볼 리가 있었겠는가 ? 그녀가 뒷간에 오를 때를 보면 마치 공작새가 오색 구름을 타고 깊은 계곡에 들어가는 것과 같고, 분홍색 치마를 걷어 올리고 아랫도리를 드러낼 때에는 그 엉덩이가 반쯤 구름 사이에 구르는 쟁반과 같고, 또 그 하부가 흩어지며 소변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마치 운모(雲母)가 붉은 입술을 열고 구슬 같은 물을 토해 내는 것과 같고,

 

 

그녀의 방귀를 말하자면 날던 꾀꼬리가 꽃나무에 앉아서 백가지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으며, 그녀가 대변을 쏟을 때면 노랑 장미꽃이 어지럽게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되고, 사타구니는 마치 붉은 모란이 난만한 것과 같다. 그래서 그녀가 뒤를 볼 때에 더럽게 보인다기 보다는, 서시(西施)가 얼굴을 찡그리면 찡그릴수록 왕의 총애를 더 받았다는 것과 조금도 다를바 없으니 이를 어찌 하겠나 ?"

하고 탄식하니 친구들은 크게 웃으며 희제(戱題)하여 시를 한수 지었다.

미인이 백가지로 아름다우면 (美人生百媚)
더러운 냄새도 곧 향기가 되니 (遺臭時流芳)
어찌 화왕(모란)만을 욕하겠는가 (豈獨花王辱)
또한 장미에게도(가시에) 상할 것이로다. (薔薇亦可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