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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71화

by 박달령 2007. 10. 20.
♥ 신랑, 이제야 제대로 구멍을 찾았도다. (郎復得穴)

어떤 어리석은 신랑이 아내를 맞이하였다. 처가에서 첫날밤을 맞아 신부가 방으로 들어오자 캄캄한 방에서 신부의 몸을 더듬어 만지면서 가슴을 등으로 알고, 두 유방을 혹으로 알고, 또 엉덩이를 만져보면서 구멍이 없다고 하는 등 크게 화를 내더니 그날 밤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신부의 집에서는 크게 놀라 그 연유를 딸에게 묻자 그 딸이 시문(詩文)을 알아 웃으면서 시를 써서 읊었다.

첫날 밤 촛불 끄고 향기가 사라져 가는데, (花房燭滅篆香消)
우습다, 바보같은 낭군 달아났네. (堪笑癡郞底事逃)
참맛이야 당연히 앞을 따라 얻는 것인데, (眞境宜從山面得)
산등만 찾고 헛되이 땀만 흘리다니..... (枉尋山背太煩勞)

신부의 집에서 이 시를 신랑의 아버지에게 보내자, 그는 짐작되는 바가 있어 아들을 보고는 "너 다시 가보라 !" 하고 꾸짖었다. 신랑이 다시 가서 이번에는 과연 제대로 구멍을 찾아 그날 밤부터 즐겨하며 돌아갈 줄을 몰랐다.

이것을 본 이웃사람들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신랑이 처음에는 실혈(失穴)을 하여 야밤에 달아났지만, 이번에는 다시 득혈(得血)을 하여 돌아가지 않는구나." 하고 놀렸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