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속없이 이틀을 묵다. (兩日空留)
숙부와 조카가 함께 길을 가는데 그들은 서로 나이가 비슷하였다. 그 날 밤 그들은 함께 어느 주막에 묵게 되었는데, 밤이 깊어지자 주인 부부가 옆방에서 밤새도록 갖가지 재주를 쓰면서 방사(房事)를 시작하였다. 조카는 마침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 소리를 들으며 손으로 숙부를 잡아 흔들었으나 숙부가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였다.
이튿날 조카가 숙부에게,
"간밤에 이러이러한 재미있는 일을 들었소." 하고 알리자 숙부는,
"그럼 왜 나를 깨워서 함께 듣지 않았는가 ?" 하고 물었다. 조카가 그 말에,
"그럴 리가 있습니까 ? 아무리 흔들어도 삼촌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고 말하자 숙부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럼 우리 오늘 하루만 더 묵어서 그짓을 하는 소리를 들어보고 가세. 오늘 밤 나는
명심하고 자지 않고 기다리겠네."
하고 병을 핑계삼아 하루 더 묵기로 하였다.
그날 밤이 깊어갔으나 주인이 음사(淫事)를 하는 동정이 없어 숙부는 잠시 눈을 붙인다는게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이때 옆방에서 주인이 아내의 옷을 벗기는 소리가 났다. 조카가 숙부를 흔들었다.
그러자 숙부는 잠결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큰 소리로,
"주인이 그 일을 정말 시작하였는가 ?" 하며 눈을 부비고 일어났다.
그러자 주막 주인이 그 말을 듣고 놀라 음심(淫心)이 위축되어 다시 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이틀이나 헛되게 주막에 묵고 있다가 결국 주인의 행음(行淫)하는 소리는 듣지도 못한 채 밥값만 헛되게 이틀치를 물고 말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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