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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89화

by 박달령 2007. 10. 18.

♡ 닭값은 그만 두시오. (鷄價則勿報)

어떤 촌부(村夫)가 밤에 그의 아내를 희롱하면서,
"오늘밤에 그 일을 수 십 번 해 줄테니 당신은 그 수고한 댓가로 무엇을 보답하겠소 ?" 하
고 묻자 아내는,
"만약 당신이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내가 오랫동안 숨겨온 베 한 필로 누비바지를 만들어
사례하겠소." 하고 대답하였다. 이에 남편이,
"만약 약속만 어기지 않는다면 오늘밤에 열일곱 번은 틀림없이 해주겠소." 라고 말하자 아
내는 "그렇게 합시다." 하고 동의하였다.

이렇게 하여 이날 밤 남편이 일을 시작하였는데 일진일퇴(一進一退)의 회수를 세면서,
"일차(一次), 이차(二次), 삼차(三次)" 라고 소리내자 아내가,
"이것이 무슨 일차, 이차입니까 ? 이렇게 하면 이건 쥐가 나무를 파는 것과 같지 않소 ?
누비바지는커녕 홑바지도 아깝소." 하고 불평하였다. 그러자 남편이,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일차가 되오 ?" 하고 묻자 아내는,

"처음에는 천천히 진퇴하여 그것으로 하여금 나의 음호(陰戶)에 가득차게 한 후에 위로 어
루만지고 아래를 문지르고 왼쪽을 치고 오른쪽에 부딪쳐야 하며, 화심(花心) 깊이 밀어넣어
아홉 번 들이밀며 아홉 번 나가고 이렇게 하기를 수 백 번 한 다음, 두 사람의 마음이 부드
러워지고, 팔다리가 노글노글하여 말소리는 목에 있지만 입 밖으로 내기 어렵고, 눈을 뜨려
고 하지만 뜨기 어려운 지경이 되어야만 일차(一次)가 되고, 두 사람이 깨끗이 씻은 다음 다
시 시작하는 것이 이차(二次)가 되는 것이오." 하면서 두 사람이 다투기 시작하였다.

이 때 마침 이웃에 사는 닭 서리꾼이 이 두 남녀가 수작하는 말을 듣고 있다가 큰 소리로,
"아주머니의 말이 옳소. 주인이 말하는 일차는 틀린단 말이오. 나는 이웃에 사는 누구인데
닭을 잡아 술안주로 할까 해서 당신의 집 닭 두어 마리를 빌려 갈텐데 후일 꼭 후한 값을
드리겠소." 하였다. 그러자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자가,

 
"명관(名官)이 송사(訟事)를 판결하는데 이처럼 지공무사(至公無私)하니 뭐 그까짓 닭 두어
마리를 아깝다고 하겠소 ?" 라고 말하더니 다시 이어서,
"닭 값은 그만 두시오." 하고 시원스레 대답하였더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