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패밥을 다시 찾다. (木片復願)
어떤 한 선비가 나이 서른 살이 가깝도록 장가를 들지 못하다가 마침 내 적당한 혼처가 있어 사주를 교환하고 혼인날까지 잡아 놓게 되었다. 그런데 이 선비가 은근히 처녀를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에서 볼 일이 있어 지나던 길이라 핑계하고 처가가 될 집에 들리게 되었다.
석양 무렵, 선비는 색시의 방이 있음직한 뒤뜰로 나가 처녀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서성거리고 있자니까 과연 얼마 후에 처녀가 방문을 열고 나오는지라 선비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돌아서서 소변을 보는척하였다.
처녀 또한 장차 낭군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하여 궁금하던 차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힐끗 사나이의 등에 눈길을 주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석양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통해 처녀는 선비의 양물(陽物) 크기를 보았던 것이다.
처녀는 깜짝 놀라 곧 어머니의 방으로 뛰어들어가서는
"싫어, 어머니 난 절대로 시집을 안 갈 거예요."
"왜 이러니, 왜 이래 ? 어서 까닭을 말해봐라."
"글쎄 병신이 되고 싶진 않은걸 뭐."
"병신 ? 그건 또 무슨 소리냐 ?"
처녀는 방금 바라본 선비의 우람한 양물 그림자 이야기를 하였다.
딸의 이야기를 들으니 과연 사위의 양물이 그리 우람하다면 딸이 병신이 될 것 같은 의심도 드는지라 어머니는 그 날 밤 사랑채로 나가 장차 사위가 될 선비에게 털어놓고 이야기 한 즉, 선비는 픽 웃으면서,
"이거 원 ! 아니 장모님, 왜 그런 이야기를 믿습니까. 걱정이 되시면 보여 드릴 테니 잘 보십시오."
처녀의 어머니는 지체 있는 여자였으나 원체 딸이 병신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중대한 문제였으므로 자세히 검사하였다. 이윽고 안심이 되어 딸에게로 돌아가,
"네 낭군이 양물을 대패로 깍아 낼 터이니까 염려 말라고 하더라. "
처녀는 안심하게 되었고, 드디어 첫날밤에 신랑과 신부가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몇 번 되풀이 한 뒤 신부가 하는 말이,
"서방님, 지난번에 밀어버린 대팻밥을 조금만 다시 찾아올 수 없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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