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심이 쌓이다. (憂患累積)
어느 생원 집 막내딸이 시집을 간지 한 달만에 친정을 찾아왔다. 그런데 그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을 보자 시집살이가 고된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하여 어머니가 물었다.
"아가 시집살이가 고된 거냐 ?"
"아아니요."
"그럼 이서방이 속이라도 썩히느냐 ?"
"아아니요."
"그럼 시어머니가 너무 까다로운 모양이구나."
"아아니요."
"그럼 어디 몸이라도 아픈 거냐 ?"
"아아니요, 아프지는 않은데 아랫배에 뭐가 쌓여 있는 것 같아서 항상 마음이 께름직해요."
"너, 그럼 잉태를 한 것이냐 ?"
"아아니요. 그냥 아랫배 속이…."
아무래도 괴이하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의원을 불러 딸을 진맥해 보았으나 잉태도 아니고 병도 아니었다.
"아가, 의원의 말씀에도 잉태도 아니고 병도 아니라는데 넌 왜 아랫배가 이상하다는 거냐 ? 에미한테 숨길 게 무엇이 있느냐, 어서 네가 걱정하는 걸 말해 봐라."
"그럴 리가 없어요. 의원이 시원찮은 거예요. 이서방이 밤에 잠자리에서 내 몸에 들어올 때면 꼭 커다란 무우 만한 것을 갖고 들어오는데 나갈 때는 고추 만한 것을 갖고 나가지 뭐예요. 그 줄어든 몫이 내 뱃속에 자꾸자꾸 쌓이면 어떻게 되나 해서 걱정이 된단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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