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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144화

by 박달령 2007. 10. 17.

♥ 어떤 사람에게 벼락이 내리칠까 ? (何人落雷)

 

어느 날 한낮에 갑자기 깜깜하게 어두워지더니 장대 같은 소낙비가 쏟아지고 뇌성벽력이 쳐 길 가던 사람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비를 피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마침 길가에 한 집이 있어 칠팔 명의 길손이 비를 피해 처마 밑에 몰려들었다.

 

뛰어들어온 손님들이 젖은 옷을 수습하고 정신을 차려 집안을 살펴보니 그 집에는 젊은 남자와 아내가 함께 방안에 나란히 앉아있는데, 그 부인이 매우 곱고 잘생겨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젊은 남자는 좋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간간이 천지를 울리는 뇌성벽력 소리가 들릴 때마다 놀라서 두려워하며 두 팔로 머리를 감싸안곤 했다.


그러나 부인은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려도 별로 놀라지도 않고 의젓하게 앉은 채 표정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 때 비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 중 농담을 잘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이 주위를 돌아보면서 웃고는,


"아, 여러 손님들 ! 어떤 사람이 좋은 물건을 지니고 있으면서 혼자만 즐기고 남에게는 좀 빌려 주거나 나누어주지 않는다면, 이런 욕심 많은 사람에게 이럴 때 뇌성벽력이 내려와서 때려주면 속이 시원하겠지요 ?"

 

이 말에 사람들이 주인 남자를 쳐다보면서 일제히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주인남자는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듯 어리둥절해 하는데, 부인이 씩 웃으면서 손님들을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아 손님, 그런데 말입니다.  그 물건을 빌려달라거나 나누어달라고 했는데도 좀 나누어주지 않고 혼자 욕심을 부린 사람에게는 뇌성벽력이 내려쳐도 좋겠지요.  그러나 처음부터 나누어달라는 말은 한 마디도 않은 채 빌려주지 않는다고 협박부터 해대는 무뢰한은 어찌 될까요 ?  아마도 뇌성벽력이 알아서 그 무뢰한부터 내려치겠지요 ?”

 

길손들은 이 부인의 말을 듣고 조금 전에 말한 사내를 쳐다보며 박장대소를 하는데 이러는 동안 비가 그쳐 손님들이 뿔뿔이 흩어져 다 떠나가도록 남편은 무슨 말인지 몰랐더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