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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147화

by 박달령 2007. 10. 17.

♥ 식욕보다 색욕을 더 중히 여기다. (爲重色慾)

 

한 선비 집에 종이 있었는데 그 종의 아내가 자색이 매우 예뻤다.  주인 선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몰래 이 종의 아내 방에 들어가 정을 통하였으며, 종의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선비가 매우 조심을 했지만 그만 십여 세 된 조카에게 들키고 말았다.  하루는 조카가 선비에게 묻기를,


"숙부님은 여자에 대한 색욕과 음식을 먹는 식욕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아니, 너 어린것이 무얼 안다고 그런 말을 하니?"


"숙부님,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제 물음에 대답이나 어서 해보세요."

"뭐 ? 색욕과 식욕이라고 ? 그야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사니까 식욕이 더 중요하겠지. 그렇지 않으냐 ?"

 

"숙부님은 그렇지 않던 것 같은데요.  제가 숙부님 하시는 일을 살펴보니 분명 그렇지 않아요.  숙부님은 집에서 일하는 종을 더럽다고 하면서도, 그 아내 종은 사랑하고 좋아해 데리고 자면서 그 몸을 껴안아 입을 맞추고 하지 않아요 ?  아마도 숙부님은 그 여종의 남편이 남긴 밥을 먹으라고 하면 더러운 종이 남긴 밥이라고 절대로 먹지 않겠지요 ? 종의 아내는 껴안고 좋아하면서 종이 남긴 밥은 더러워하니, 분명히 식욕보다는 색욕을 더 중하게 여기는 것이 틀림없으시지요 ?"

 

"아니 너, 어린것이 몰래 이 숙부가 하는 일을 모두 살펴보았구나.  네가 그런 것을 어찌 다 아니 ?  요 못된 것 !"

"숙부님, 저도 남녀의 잠자리 정도는 다 알아요."


이후로 선비는 조심하여 종의 아내 방에 다시는 들어가지 않았더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