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가락이 무슨 죄가 있겠소. (指而何罪)
제법 잘생긴 여인이 삼복 무더위에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날씨조차 무더워 여인은 밑이 터진 속옷바람에 발을 물에 담그고 치마가 물에 젖지 않게 감싸올려 묶은 다음 엉거주춤 일어서서 바위 위에 빨래감을 얹어놓고 빨래를 했다.
때마침 주인의 심부름을 가던 어떤 하인이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개울가에 이르러 가만히 살펴보니 구부정하게 서 있는 여인의 터진 속옷 속이 보였다. 더구나 엉덩이 바로 밑으로 그윽한 부분이 여인의 몸이 움직일 적마다 조금씩 보이자 하인의 생각이 금방 변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다시 확인한 하인은 바지춤을 내리면서 도둑처럼 여인의 뒤로 접근 했다. 그리고 갑자기 여인의 몸을 움켜잡고서 여인이 어찌 할 사이도 없이 뒤에서 덮쳤다.
급히 일을 치른 하인이 도망치려하자 여인이 방망이를 휘두르며,
"이 놈아 ! 천하에 이 개 같은 놈아 ! 이게 무슨 행실이냐?"
하고 욕을 퍼붓자 하인이 능청을 떨며,
"너무 그러지 마시오. 그건 내 양물(陽物)이 아니고 이 손가락이었소. 손가락에 무슨 죄가 있겠소이까 ?"
"흥 ! 그런다고 내가 속을 줄 아느냐 ?"
"무슨 말이슈 ?"
"그게 네 손가락이었다면 아직도 이 개울 넓은 언덕까지 풍겨오는 훈훈하고 달콤한 맛이 무엇이냐. 어디 말해 봐라. 어서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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