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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199화

by 박달령 2007. 10. 7.

♡ 소경의 좋은 점괘(盲人善卜)

 

시골의 오생(吳生)이 양갓집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였는데, 몹시 사랑하여 남다른 데가 있었다.  늦은 봄날 아내가 냇가에 빨래하러 갔다가 꽃다운 향기와 경치에 취했다.  주변에 사람이 없자 끓어오르는 탕정(蕩情)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위를 돌아보니, 길이는 한 뼘쯤 되는 양물(陽物)처럼 길쭉한 돌 하나가 있는데 모서리가 매끄러운지라 그것을 주워서 옥문(玉門) 안에 집어넣었다.

 

돌 한쪽 끝을 잡고 욕정에 따라 밀어 넣었다 빼내기를 거듭하며 한창 즐기다가 도가 지나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너무 깊이 밀어 넣게 되었다.  손가락으로 빼내려 애를 썼지만 돌이 매끄러워 끌어내기가 어려웠고 배를 눌러 토해내려 하여도 뱃속의 통증이 심하여 차마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온갖 꾀를 다 써봐도 뾰족한 수가 없어 빨래 일을 그만 두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근심스러운 빛이 얼굴에 가득하였다.

 

오생이 아내에게 까닭을 물으니 아내는 숨길 수 없는지라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제가 낭군님을 생각하다가 그만 자제력을 잃었는데 갑자기 돌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 돌이 마치 낭군님의 양물과 흡사하게 생겨 그 차이를 비교해 보려고 옥문 속에 넣어 보았다가 그만 너무 깊이 넣어 꺼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서방님이지만 말씀드리려니 진실로 부끄럽습니다."

 

"그 참 이상한 일이오.  나 역시 조용한 방에 혼자 앉아 그대의 화장대를 어루만지다 보니 마음이 울적해지고 무료해집디다.  그때 상 아래에 있는 호리병이 갑자기 눈에 띄었는데 입구가 좁고 고우며 깨끗한 것이 부인의 옥문 같았소.  나 역시 비교해 보고 싶어 재미로 양물을 호리병 주둥이에 집어넣어 보았소.  그런데 갑자기 양물이 팽창하여 빼낼 수가 없게 되어버렸는데 호리병을 부수고자 해도 그릇이 단단하고 깨진 조각이 날카로울 터이라 양물을 다칠까 두려워하고 있으니 우리 두 내외가 큰 우환을 만났소 그려."

 

드디어 오생 부부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고민 끝에 밤늦게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마을의 소경(盲人) 점쟁이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말하고서 점을 쳤다.  소경은 익살스럽고 기지(奇智)가 많았는데, 거짓으로 놀라는 체 하며 말하였다.


"액운(厄運)이로다 !  자석(磁石)같이 들어붙는 동티가 난 것이라, 경전을 읽어 액운을 물리치는 길밖에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좋지 않습니다.  제가 저희 집에서 독경을 다 마친 후 댁으로 같이 가서 액운을 물리치겠습니다.  복채(卜債)로 쌀 석 섬과 말먹이용 콩  닷 섬을 지금 즉시 가져오시오."

 

오생은 황급히 집으로 가서 쌀 석 섬, 콩 닷 섬 값에 해당하는 돈을 가져다가 복채로 내놓았다.  소경은 새벽녘까지 독경을 하더니 날이 새기 전에 오생의 집으로 따라가 오생 부부의 옷을 벗게 하고 눈을 절대로 뜨지 못하게 꼭 감으라고 엄명하고 부인으로 하여금 옥문을 오생의 호리병쪽으로 바싹 붙여 향하게 하고서 움직이지 못하게 주의를 준 다음 심부름하는 아이를 몰래 시켜 종이로 뾰족한 침을 만들어 부인의 콧구멍에 밀어 넣고 간지럽혔다.

 

부인이 간지럼을 못 참고 연달아 재채기를 거세게 너 댓 번 계속하자 뱃속에 있던 돌이 갑자기 옥문 밖으로 퉁겨져 나와 오생의 양물에 씌워졌던 호리병을 세차게 때리니 호리병은 두 쪽으로 갈라져 깨어지고 마침내 오생 부부는 온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생 부부는 소경의 술수에 빠진 줄은 모르고 소경의 독경과 액운을 물리치는 신통한 능력에 거듭 감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