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개처럼 늘어지다. (若死狗然)
양씨 성을 가진 하급관리가 있었는데 기생 내한매(耐寒梅)에게 반하여 유혹하였으나 뜻을 얻지 못했다. 후에 대관(臺官 ; 사헌부 관리)이 되자 관직의 위세를 빙자하여 또 다시 내한매를 유혹하기로 했다.
하루는 일찍 퇴청을 하게 되자 내한매의 처소에 이르렀다. 그러나 관행에 따르면 사헌부 관리들은 기생집에 출입을 할 수 없었다. 이에 양씨는 관복을 벗어 하인에게 주어 말과 함께 먼저 집으로 돌려보내고 혼자서 내한매와 더불어 비밀리에 주안상을 마주하여 앉았다.
그러나 미쳐 담소를 나누기도 전에 대문 밖에서 문득 방울소리가 나더니 조정의 높은 관원들 여럿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이에 양씨는 자신이 사헌부 소속 관리인 사실이 탄로 나면 낭패인지라 방의 뒷문을 열고 나가 마루 밑에 숨어들었고, 내한매는 관원들을 맞아들여 방안에 들게 하였다.
이 때 한 자리에 있던 어느 관원과 내한매는 일찍부터 각별한 사이였으므로 내한매가 그를 위해 성대한 주안상을 차리니 여러 관원들은 차례로 술잔을 돌리며 우스개 소리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양씨는 마루 밑에서 소리를 삼키고 숨을 죽인 채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때는 혹독하게 더운 삼복의 계절이었으므로 양씨의 정신은 몽롱하고 뼈는 풀어지는 듯하였는데 설상가상으로 모기가 무더기로 모여들어 사정없이 물어대므로 양씨는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마치 죽은 개처럼 늘어져버렸다.
여러 관원들은 밤이 이슥해지자 술자리를 파하고 흩어지고 양씨는 간신히 마루 밑에서 기어 나왔는데 땀이 흥건하게 옷을 적신 위에 먼지를 온통 뒤집어 써 사람 꼴이 아니었다. 이에 내한매는 그를 위로하고 도와주려 하였지만 양씨는 크게 부끄러운 나머지 곧장 집으로 달아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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