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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상식

☆ 셰일가스[3]

by 박달령 2013. 12. 26.

"환경파괴, 값싼 에너지는 환상"...'셰일 개발 반대' 거센 유럽

<출처>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617090.html#13880250916871&if_height%3D176

             (한겨레/ 2013. 12. 26)

루마니아에서도 반대 시위 지난 7일 루마니아의 수도인 부쿠레슈티에서 북동쪽으로 340㎞ 떨어진 푼제슈티라는 

 마을에서 마을 주민과 환경운동가들이 미국의 거대 에너지 기업인 셰브런의 셰일가스 탐사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 남성이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끌려가고 있다.

 

③ 에너지냐 환경이냐... 유럽선 진통

 

영국 시추지역서 5달째 반대시위 “수압파쇄 땐 식수오염·메탄 발생” 주민들, 굴착기 소음 고통도 호소
정부 “값싼 미래 에너지” 옹호에도 “좁은 유럽선 규모의 경제 안통해” 가디언 “찬반 진영 합의 필요하다”

 

영국 런던 남쪽에 있는 아담한 시골 마을 발콤은 한국의 밀양과 꼭 닮았다. 소박한 경치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온

갖 회유와 협박에도 송전탑 공사에 맨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밀양 주민들처럼, 발콤 주민들도 데이비드 캐머런 총

리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셰일가스 개발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지난 9월5일 이곳 주민들의 셰일가

스 개발 반대시위 현장은 이례적인 늦더위만큼이나 뜨거웠다.

 

“아주 제때 오셨구려!” 발콤 기차역에서 기자를 마중 나온 로렌 던 런던 사우스뱅크대 물리학 교수는 악수를 나누

자마자 곧바로 길을 나섰다. “지금 시위대가 셰일가스 시추업체의 현장 접근을 막으려고 도로를 봉쇄했거든.” 이

곳에서 셰일가스 개발의 핵심과정인 수압파쇄(fracking·프래킹) 반대 시위를 이끌고 있는 던 교수는 칠순에 가까운

나이에도 목소리에 생기가 돌았다.

 

그를 따라 1km 정도 걸어가자 시위대의 모습이 보였다. 시위대보다 더 많은 경찰들이 둘러싼 곳에 세 개의 철봉을

엇대어 만든 5m 높이의 작은 철탑이 세워져 있었고, 그 위에 한 젊은이가 “수압파쇄 금지 (No Fracking)”라고 씌어

있는 피켓을 들고 앉아 있었다. 마치 한국의 철탑 농성을 본 딴 것 같아 신기하게 쳐다보는 기자에게 던 교수는

“해외토픽감!”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이곳에서 셰일가스 개발 반대 시위가 시작된 것은 지난 7월 중순부터다. 캐머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

고 영국 에너지 기업 쿠아드릴라 리소시즈가 이곳에서 셰일가스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주민들은 개발 과정에

서 수압파쇄가 초래할 식수 오염을 우려해 반대 시위를 벌였지만, 쿠아드릴라는 셰일가스 개발을 위한 탐사 시추

를 강행했다.

 

그러자 8월 초부터 시위대의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런던·버밍엄·맨체스터 등 영국 주요 대도시는 물론 프랑스·독

일·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에서 환경운동가와 대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시추 현장 주변에 텐트를 치고 야영

하며 연일 수압파쇄 반대 시위를 벌였다. 영국 녹색당과 그린피스, 지구의 벗 등 국제 환경단체들의 지원을 받아

런던의 쿠아드릴라 본사와 영국 의회 등을 찾아가 항의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8월20에는 시위대의 규모가 1000여명으로 불어났고, 쿠아드릴라의 탐사 시추 현장을 점거하려다 영국 경찰과 충

돌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녹색당 소속 캐럴라인 루커스 하원의원을 비롯해 많은 활동가들이 경찰에 체포됐

다. 이날 이후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시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런 저항에도 캐머런 정부는 셰일가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국 정부는 셰일가스 개발 소득에 30%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지난 7월 말 발표했다.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 소득에 대한 세율 62%의 절반도 안 된다. 이어 셰

일가스 개발 지역 주민들한테 지역개발 투자와 가스전 이익금 분배 등의 당근책도 최근 제시했다. 영국 보수당 정

권은 셰일가스가 영국의 석유 및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 자원을 다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

리라 기대한다.

 

잉글랜드 북부 랭커셔주와 요크셔주의 셰일가스 매장량(채굴가능한 양)은 8조㎥로 영국에서 수십년 동안 쓸 수

있는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에너지 비용이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셰일가스 개발 과정

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질 것이다. 수질 오염 등 각종 환경 파괴가 예상됨에도 영국 정부가 셰일가스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미래의 에너지원인 셰일가스를 확보하려면 개발제한 구역이

있을 수 없다. 셰일가스 개발이 필요하다는 믿음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같은 보수당 소속인 보리스 존슨 런던시

장도 “런던에 셰일가스가 매장돼 있다면 모든 암석을 파헤치고 부술 용의가 있다”며 셰일가스 개발을 거들고 나섰

다.

 

하지만 발콤에 모인 시위대는 영국 정부의 주장이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제인 토머스 ‘지구의 벗’

수석 간사는 “미국에서 셰일가스 개발로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는 이른바 ‘셰일가스 혁명’은 유럽에서는 전혀 기대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은 셰일가스 시추공이 1만개가 넘는 등 개발 규모가 엄청나게 커서 규모의 경제

에 따른 에너지 비용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유럽은 72개뿐이라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토마스는 “미국 애리조나와 텍사스 주에만 모두 70개의 시추공이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매장량은 유럽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환경 파괴에 따른 피해는 장기적으로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이익보다 훨씬 크다. 셰일가스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

는 환경파괴는 수질 오염에 그치지 않는다. 영국 정부와 에너지업체들은 셰일가스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환경에너지인 것처럼 말하지만, 셰일가스에는 메탄가스가 함유돼 있다. 프래킹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제

거되지 않으면 공기 오염이 불가피하다. 던 교수는 “메탄가스는 탄소보다 20배나 더 지구온난화에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은 미국과 달리 셰일가스 개발 예정지가 대부분 주거지와 가까운 곳이어서 수압파쇄에 따른 피해가 더

직접적이다. 발콤의 경우 쿠아드릴라의 셰일가스 탐사 시추 현장에서 불과 400여m 떨어진 곳에 작은 마을이 있는

데 이곳 주민들은 굴착기 소음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9월5일 영국 런던 남쪽에 있는 아담한 시골 마을볼컴의 주민과 환경운동가들이 셰일가스 시추업체의

수압파쇄에 반대해 현장으로 통하는 도로를 가로막고 시위를 하고 있다. “(셰일)가스를 향한 폭주에 반대

한다”고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다. 이춘재 기자

 

영국의 셰일가스 개발에 대한 찬반 여론은 팽팽하다. <가디언>은 지난 8월 영국 정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

한 여론조사 결과 찬반이 각각 40%로 똑같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영국 국민들이 셰일가스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

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살인적인 에너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

다.

 

그래서 영국 정부 및 에너지업체와 환경단체·지역주민의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디언>은 “수압

파쇄에 대한 분노는 이해되지만, 셰일가스 없이는 버틸 수 없다”며 “어색해 보이더라도 찬반 진영의 합의가 필요

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 규정에 따라 회원국들은 2020년까지 친환경·재생에너지의 비율을 15%까지 늘려야 한다. 하지만 영국은

현재 이 비율이 4%에 불과하다. 영국이 이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셰일가스가 바이오에너지와 함께 중요한 구실을

하리라 영국 정부는 기대한다. 물론 메탄과 수질오염 등 환경파괴 요인을 제거하는 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발콤 주민들은 정부의 셰일가스 정책에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던 교수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민주적인 절차가 빠져 있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에서 수압파쇄가 암과

신경쇠약, 호르몬 불균형 등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는데, 정부는 이런 것들을 무시

한 채 모든 게 괜찮다고만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런던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발콤은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부촌이다.‘보수의 심장’이라 불릴 정도로

보수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하지만 셰일가스 개발을 계기로 캐머런 정부의 지지기반인 이곳이 반정부 시위의

상징으로 변하고 있다. 던 교수는 “수압파쇄 문제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바보다. 이곳이 자신의 지지기반이라서 주민들이 무조건 따라 주리라 여긴 모양이다. 우리는 우리

의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행 기차 안에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발콤의 모습을 보는데,

자꾸만 밀양이 떠올랐다.

 

발콤/이춘재 기자

 


 

<주>수압파쇄(fracking·프래킹)

단단한 셰일암석층에 갇혀 있는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이 빠져나오도록 바위에 균열을 내는 기술이다. 땅 밑 깊은

곳의 셰일암석층을 수평으로 뚫고 들어간 시추공 안에 다량의 물과 모래, 화학물질을 섞은 액체를 고압으로 분사

해 암석층에 균열을 일으켜, 그 틈으로 가스와 원유가 나오게 만든다. 암석층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화학약품을 다

량 사용하기 때문에, 지하수가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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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카셀선 주민 공청회 거쳐 개발 저지"

헤센주 개발반대 활동가 슈타인담, 

“셰일 개발의 끝은 심각한 환경파괴 후손에 큰 부담 남기는 달콤한 유혹”

독일의 셰일가스 매장량은 약 2조㎥으로 세계 2위인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독일 전체 천연가스 매장량의

7배에 이른다. 2022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한 앙겔라 메르켈 정부로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규모

다. 그러나 수압파쇄로 인한 환경파괴 우려가 독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은 수질오염과 메탄가스 유출에 따른 공기오염 등을 막지 못하면 셰일가스 시추를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셰일가스 매장 지역 가운데 한 곳인 헤센주의 카셀은 독일에서

최초로 주민공청회를 거쳐 에너지 업체 빈터스할이 신청한 셰일가스 탐사 시추를 불허했다.

 

이곳에서 셰일가스 개발 반대운동을 주도한 활동가 팀 슈타인담(사진)은 “다른 지역에서는 지방정부가 셰일가스

개발을 허가한 뒤에 주민들이 이를 알게 됐지만, 카셀은 기업이 신청했을 때 이를 알게 돼 주민들이 탐사 시추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카셀 정부가 주민공청회를 먼저 제안했나?

 

“아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지역 주민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결정을 정부나 기관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1998년 연방행정법원 판례를 찾아내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와 업계, 주민 대표들이 모여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 뒤 토론을 거쳐 탐사 시추를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 에너지 업계는 셰일가스 개발로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미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독일은 절대 그렇지 않다. 최근 정부 지원을 받는 한 연구기관이 ‘독일의 환경보호 관

련 규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키려면 셰일가스 개발 비용이 다른 에너지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독일의 셰일가스 예상 생산량도 그리 많지 않아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다.

 

미국도 2005년에 식수안전법을 개정해 수압파쇄의 환경보호 기준을 대폭 완화한 뒤에야 셰일가스 값이 일반 천연

가스 등에 비해 싸졌다.”

 

- 셰일가스는 석유의 대안이 될 수 없나?

 

“독일은 풍력발전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개발이 비교적 잘 진행돼왔다. 역대 정부가 재생에너지 개발을 게을리하

지 않은 결과다. 지금 메르켈 정부는 딴마음을 먹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해당사자들 간에 합의가 없으면 셰

일가스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다. 셰일가스는 달콤한 유혹이다. 개발할 때는 좋아 보여도, 개발이 끝나면 심각한

환경파괴 문제가 남는다. 이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큰 부담으로 남게 된다.”

 

카셀/글·사진 이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