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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록(追憶錄)

"워카(군화)에다 네 발을 맞춰라."

by 박달령 2011. 6. 10.

내가 육군 논산훈련소 28연대에 입대하여 6중대 1소대로 소속이 결정된 첫날 피복창고 앞에 줄을 서서

복과 내의, 모자, 군화, 통일화(군용 농구화) 등의 피복을 창고 관리병이 던져주는대로 지급받아 끌어

안고소대 내무반으로 돌아와 훈련소 기간병 병장인 내무반장의 지시로 침상위에서 피복을 입고 신어

보니 대부분 몸에 잘 안맞았는데, 내무반 안에서 소대원들끼리 서로 바꾸어 입어보고, 신어보고 하다가

안 맞으면 또 다른 소대원과 바꾸기를 여러 차례 하다 보니 특이한 체격인 두 사람의 훈련병을 빼고는

거의 다 해결이 되었다.

 

이 때 해결이 안 된 훈련병 중에서 한 사람이 손을 들고,

"내무반장님 ! 워카(군화)가 제 발에 맞는게 없습니다 !"

하고 하소연을 하였다.

 

그러자 내무반장 왈,

"야~ 이 개새끼야~! 너 이리 나와~! 여기가 너네집 안방인줄 알아 ? 인마~! 군대에 왔으면 워카에다

네 발을 맞춰야지, 발에 맞는 워카를 날더러 만들어 내라는 거야 뭐야~? 인마~!"

하고 호통을 지르며 주먹을 휘둘러 그 훈련병의 양 볼 아구창을 돌려버리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특이체격의 두 훈련병은 몸에 맞지 않는 피복과 군화를 들고 이웃 소대 내무반을 순회하였

으나 한 훈련병은 작은 군화를 해결하지 못하고 발 보다 작은 군화를 어거지로 잡아당겨 꿰어 신고서

그날 낮을 보내게 되었다.

 

그 고통을 참다 못한 훈련병은 결국 저녁 식사시간에 밥도 굶어가며 창고관리병을 수소문하여 통사정

끝에 천행으로 창고 구석 깊은곳에 쳐박혀 있던 발이 큰 미군들이 신던 군화와 특대형 통일화를 발견

하여 해결을 하게 되었다.

 

군대에서 구타와 가혹행위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던 옛날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의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