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동네 반밖에 안돌았는데 … (回二洞里半)
며느리가 이웃집 김총각과 재미있게 음란스러운 말을 주고받고 있는 것을 바라본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크게 꾸짖어 말하기를 "너는 무슨 일로 김총각과 함께 농담을 하느냐. 내 마땅히 너의 남편에게 말하여
벌을 받게 하리라." 하였으나 아들에게는 말하지 않고 나날이 그 일로 며느리만 꾸짖으니 그 고통을 견
뎌내기가 어려웠다.
하루는 시어머니가 또 꾸짖고 밖으로 나간 후에, 며느리가 수심에 찬 얼굴로 혼자 집에 있는데 이웃 노
파가 오더니 그 얼굴을 보고 "네가 무슨 일로 그렇게 수심에 찬 얼굴을 하고있느냐 ?" 라고 물었다.
이에 며느리가 말하기를 "제가 어느 날 이웃집 김총각과 서로 몇 마디 말을 했다 하여 시어머님께서 날
마다 꾸짖으시는데 이젠 진절머리가 나도록 괴로우니 그것 때문에 근심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 하니,
노파가 말하기를,
"너의 시어머니가 무엇이 떳떳하다고 그런 일로 너를 괴롭힌단 말인가. 지가 젊었을 때 고개 넘어 김 풍
헌(風憲)과 어울려 밤낮으로 서로 미쳐서 잠자리를 같이 한 것이 탄로나 큰북을 짊어지고 세 동네나 돌
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무슨 낯으로 꾸짖는단 말이냐. 만약 또 다시 그렇게 꾸짖으면 이 말을 하고 대 들
어라." 하니 며느리가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이튿날 시어머니가 또 꾸짖기에 며느리가,
"어머님은 무엇이 떳떳하다고 이렇게 언제까지나 저만 보면 귀찮게 하십니까 ?" 하고 반박하였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내가 떳떳하지 못한 것이 무엇이 있느냐 ?" 하고 물었다.
"김풍헌과 서로 주야로 미치셔서 바람을 피우셨다가 탄로가 남으로써 큰북을 짊어지고 세 동네를 돌은
일을 생각하여 보십시오." 며느리의 이 대답에 시어머니는,
"그 일을 누가 너에게 말하더냐 ? 다른 사람의 일에 공연히 말들을 보태서 떠드는구나. 누가 큰북을 짊
어졌다 하더냐 ? 큰북은 무슨 놈의 큰북이냐 ? 작은북이었는데 ! 그리고 세 동네가 아니고, 겨우 두 동
네 반(半)에서 그만 두었는데 참으로 억울하구나 !" 하였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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