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140화

by 박달령 2007. 10. 17.

♡ 천하무적 (天下無敵)

 

수십 명의 촌사람이 각자의 밭에서 김을 메고 있었다.
그런데 맨 위쪽에 있는 밭에서는 젊은 부부 단 둘이 호젓하게 김을 매고 있었다.
그 때 아래쪽 밭에서는 수십 명이 큰 소리로 웃으며 떠들어댔다.

 

그 이야기의 대부분이 음담패설이 아니면 육담(肉談)으로 해학과 풍자였다.
한마디로 음욕을 자극하는 말들이었다.

 

그 말을 들은 젊은 아내가 남편에게 넌지시,
"당신은 저 소리가 안 들려요 ?"
"무슨 소리 말이오 ?."


"이 길고 긴 한여름에 피곤과 졸음을 잊고 일을 하기에는 저보다 더 좋은 일이 없어요."

"글쎄…."


"헌데 당신은 왜 그렇게 입을 봉하고 있는 거예요 ? 조반을 자시지 않았나요 아니면 기운이 없으신가요 ? 어서 한마디 농담을 해보셔요."
"아무리 온종일 헛된 수작만 해봐야 혀끝만 아프고 헛된 수고만 할 뿐이오."

 

"그러면요 ?"
"나야말로 황혼이 지나면 집으로 돌아가 그 길로 말이 아닌 실제로 행할 것이오."


"에그머니나."
"그런 다음 서로 격동하는 소리가 소 아홉 필이 진흙을 밟는 것과 같이 행한 후에야 우리  둘이 모두 만족할 것이오."

 

남편의 말에 아내는 호미를 내던지고 가서 남편의 등을 어루만지며 감탄하길,
"당신에게는 실로 대적할 수 없구료. 천하에 무적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