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172화

by 박달령 2007. 10. 16.

♡ 엎드려 잠을 잔 것이 유죄 (伏眠有罪)

 

한 노인이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갔는데 한 젊은이가 먼저 들어와 갇혀 있기에 노인이 물었다.

"대장부가 젊었을 때 감옥에 한 번쯤 들어오는 것은 보통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젊은이는 무슨 죄로 들어왔소 ?"

하자 젊은이는 빙긋이 웃으면서,

 

"엎드려 잠을 잔 것이 죄가 되어 이리 되었답니다. 헌데 노인장께서는 무슨 일로 그 연세에 감옥에 들어오게 되셨습니까 ?"
하니,


"아 ! 나는 말일세, 길가에 놓여있는 새끼 한 토막을 주워 온 것이 죄가 되어 이리 되었네."
하고 노인이 답하므로 둘은 서로 마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노인이 다시 묻기를,

 

"여보게 젊은이, 엎드려 잠을 잤다고 해서 감옥에 가두는 그런 법도 다 있나 ? 거 참 이상도 하네 그려."

 

"노인장 들어 보십시오. 아 글쎄 제가 엎드려 잠을 자고 있는데, 그 때 제 배 밑에 어떤 부인이 옷을 홀랑 벗고 가랑이를 벌리고 반듯이 누워있는 것을 미쳐 몰랐지 뭡니까 ?"
이에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이윽고 노인도,


"여보게 내 얘기도 한 번 들어보게나. 내 길을 가는데 길가에 새끼 한 토막이 놓여있지 않겠나 ? 그래서 그 새끼 토막을 집어들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니 하필이면 그 새끼 끝에 소 한 마리가 매여져 따라오고 있는 줄을 누가 알았겠나 ?"

하였으니 젊은이는 유부녀 간통죄요, 노인은 남의 소를 훔친 절도죄를 저지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