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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상식

<펌>[정보/ 산삼과 심마니] 산삼이라 해서 다 산삼이 아니다

by 박달령 2013. 9. 8.

<출처> 월간 山 / 2013. 9. /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30/2013083001633.html

 

[정보/ 산삼과 심마니] 산삼이라 해서 다 산삼이 아니다

 

한국심마니협회 베테랑 심마니들과 만남

 

요즘은 가짜 심마니와 가짜 산삼이 많다. 몇 십 년 된 산삼 수십 뿌리를 캤다는 기사를 보면 대부분 장뇌를 산삼으

로 둔갑시킨 것이다. 진짜 심마니들은 이런 기사가 나올 때마다 쓴웃음을 짓는다. 그런 기사에는 어느 지역의 산

삼협회니, 감정협회에서 검증했다고 나오지만 한통속인 경우가 많다. 객관적으로 검증할 능력이나 방법이 없는

언론매체는 마치 대단한 것인 양 기사화한다. 소비자는 물론 기자까지 쉽게 속일 수 있고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산림청에서 조사한 산양삼 산업현황에 따르면 2010년 산양삼 생산액이 379억 원에 이른다. 2004년 22억 원이었

던 것에 비하면 17배가 급성장한 것이다. 그만큼 산양산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음을 반증한다.  그러나

객관적인 검증과정이 없어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심마니들은 “1,000만 원에 사먹으면 1,000만 원짜리 삼이고, 100만 원에 사먹으면 100만 원짜리 삼”이라고 얘기

하지만 투명한 유통과 검증과정이 없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다.


“산삼 캐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어요”

기자는 2005년 심마니들을 따라 1년 동안 동행 취재한 바 있다. 산에 들어가 움막을 짓고 비등산로 사면을 따라다

니며 함께 먹고 잤다. 전국에서 삼 좀 캔다는 심마니를 따라다녔다. 그 결과 그들의 깊숙한 데까지 알 수 있었고

유통과정과 검증과정의 문제까지 알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어느 심마니는 착각해 기자에게 독버섯을 권해 종합

병원에 20일 넘게 입원하며 생명의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모든 심마니가 엉터리고 산삼은 없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진짜 심마니는 엄청 고생하며 산을 타고, 베테랑 산꾼

이라 자부하는 이들도 심마니를 따라 비등산로 사면을 따라다니면 바로 나가떨어진다. 이들이 산삼을 얼마나 신

성시하며 몸가짐에 신경 쓰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산삼을 로또로 여기고 산을 쌍끌이 어선처럼 쓸어 망가뜨리는 동호회원들이나 장뇌를 산삼이라 속이는 사

람들도 스스로를 심마니로 소개한다. 심마니라 해서 다 심마니가 아니고 산삼이라 해서 다 산삼이 아니다.

춘천에 있는 한국심마니협회 박만구(55) 회장을 찾았다. 심마니협회는 1999년 창립됐다. 여러 협회들 중에서도

지저분한 사건에 휩쓸리는 일 없었던, 나름 큰 단체다. 10개 지부가 있고 300여 명의 회원이 있다. 박 회장은 “비

슷한 이름의 다른 협회가 여럿 있었다”며 “지금은 와해되어 이름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나치게 돈 벌이에 몰두하다 없어진 경우가 많단다. 그는 “우리도 상업적으로 치중했다면 망했을 것”이라고 한

다. 산삼 경매 안 하고, 언론 통해 산삼 선전 안 하고, 심마니 전통문화와 산신제를 이어왔기 때문에 비교적 오랫

동안 살아남았다고 한다.

박 회장은 심마니 협회가 사단법인화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정부의 방침과 상충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산림청의

공식 입장은 산삼은 희귀약용 식물이므로 캐지 말라는 방침이기에 심마니협회의 사단법인 신청을 받아 주지 않는

다고 한다.

심마니협회라고 해서 다 산삼 캐는 일을 업으로 하지는 않는다. 심마니들 중에서도 깊은 산에 들어가 산삼만 캐는

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농사나 다른 일을 하며 곁들여 심마니 일을 하는 사람이 많고, 장뇌 키우며 심마니를

병행하는 사람이 많다. 협회의 베테랑 심마니들은 “산삼 캐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과거엔 일반인들이 산을 위험한 곳으로 여겼기에 심마니들만 산삼을 캤는데, 지금은 등산이 대중화되면서 산삼동

호회나 약초꾼들이 부쩍 늘었다. 심마니들은 동호회원들이라면 진저리를 치는데 일렬로 서서 올라가며 산을 싹

훑어간다. 약초와 산삼 가리지 않고 어린 것까지 뿌리째 다 캐어가는 것이다.

심마니와 심마니가 아닌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미래를 생각하느냐 아니냐다. 전통 심마니들은 어린 삼은 캐지 않

고 삼을 캔 후에는 주변에 산삼씨앗을 뿌려 삼이 번식할 수 있도록 한다. 약초의 경우 일반인들이 구분하기 쉬운

더덕, 도라지, 잔대, 능이가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송이나 능이를 캐러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제철에는 산에

버섯보다 사람이 더 많다고 얘기한다. 심마니들은 “이런 식으로 10년만 가면 산에서 먹을 것이 드물어질 것”이라

한다.

“사람 발이 독해요. 사람 발자국이 지나가면 식물이 못 자라요. 능이나 송이를 캐면 땅을 덮어 줘야 다시 자생해

요. 더덕이나 도라지도 흙을 덮어 줘야 씨 떨어진 게 다시 자라요.”

장뇌가 ‘산삼’으로 둔갑

장뇌를 요즘은 산양산삼이라 한다. 농가에서 장뇌를 재배하는 곳이 늘어나고, 주수입원으로 부상하면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언제부턴가 ‘산양산삼’이란 말이 생겨났다. 농가에서 장뇌는 인삼의 씨를 산에 뿌린 것이고, 산양산삼

은 산삼씨를 산에 뿌린 것으로 종자가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심마니들은 산삼씨는 농가에서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장뇌를 포장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언제부턴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장뇌를 산삼이라 속여 파는 행위다. 심마니가 아닌 이상은 소비자가 검증할 방

법이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무조건 속이지는 않는다. 보통 단골 소개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거금을 들이는

만큼 약효가 있어야 거래가 이어진다.

장뇌라고 약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성인 한 명이 장뇌를 20뿌리 이상 먹으면 약효가 있다는 것이 심마니들의 설

명이다. 인삼씨 100개를 산에 뿌리면 보통 2~3년 안에 죽는다고 한다. 여기서 살아남는 것들은 인삼의 수명인 6

년 이상을 산다. 대신 수명이 확 느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늘어나는데 대를 이어갈수록 인삼의 종자를 벗어난다고

한다.

산양산삼도 쉽지 않은 것이 넓은 산을 다니며 관리하기도 어렵고 잡초를 뽑지 않고 잘라내야 하는데, 이 또한 고

된 작업이다. 잡초를 뽑으면 삼 뿌리가 상할 수 있다. 또 산양삼을 전문적으로 싹쓸이 하는 도둑이 많아 관리가 어

렵다. 쥐, 꿩, 두더지도 삼뿌리를 먹기에 농가들은 골머리를 앓는다. 특히 꿩은 떼로 다니며 뿌리를 먹어 치워 골

치라고 한다.

심마니들은 중국 산삼의 유통이 늘어 고민이 많다. 여간한 한국 산삼보다 멋진 뿌리를 가진 중국 산삼은 산삼 중

계상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그러나 한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약품처리를 하는 탓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심마니들은 산삼을 먹고 말기 암이 낫고 맹독성 농약인 크라목손을 먹고 누운 사람이 나았다는 등의 사례를 들려

준다. 그러나 약효에 있어 객관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다. 다만 어느 정도 항암효과와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

는 것이 공통된 얘기다. 산삼과 산양산삼이 농가에서 폭발적으로 재배가 늘어났다면 그만큼 삼을 먹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고, 약효를 봤기 때문에 재구매가 이어지고 시장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한국심마니협회 베테랑 심마니들과 만남
 

시장이 큰 만큼 삼을 유통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 여럿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산삼을 모르고, 사기 당하기 일쑤니

사업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전통적인 심마니가 사라져가는 이유는 판매가 어려운 것도 한 몫 한다. 산삼은 캐는

것보다 파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산삼 관련 종사자들은 말한다.

 

지금은 캐는 사람보다 단골 고객을 여럿 확보해 판매하는 업자가 ‘갑’이다. 심마니들은 깊고 험한 산을 한 달씩 헤

매고 다닐 정도로 거친 일을 한다. 거친 일의 속성상 판매에 능하거나 부유한 인맥층과 연관된 사람이 아니다. 그

러므로 이들에겐 중간 유통상인들의 감정이 중요하다.

중간상인은 바로 소비자에게 판매하거나 또다시 중간상인에게 넘길 수 있다. 이때 최종 판매자의 경우 귀한 산삼

을 찾는 고객이 있어야 삼을 산다. 땅에서 삼을 캐내어 이끼에 싼 뒤 냉장보관해도 결국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기

하고 있는 수요가 있을 때 삼을 산다. 그래서 심마니들은 산삼을 캐는 순간 먹을 사람이 다 정해져 있다고 일종의

‘인연설’을 믿는다.

박만구 회장은 어인마니학교를 세웠다. 손재주가 있어 직접 나무를 다듬고 칠해 통나무집을 몇 년에 걸쳐 지었다.

‘어인마니’란 심마니 중에서도 오랜 경력의 베테랑이나 리더 격의 심마니를 말한다. 기존 심마니들의 재교육을 위

해 세웠다고 한다.

 

전통적인 심마니들의 몸가짐과 마음가짐과 산삼에 대한 학술적인 부분을 강의할 예정이다. 그는 원래 산삼을 캐

기보다는 유통하던 쪽이었으나 조직적인 협회가 필요했던 심마니들의 부탁으로 협회를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산삼 먹어보라고 하면 사기꾼 소리 듣는다”며 “필요로 하고 약효를 아는 사람이 먼저 찾도록 해야 한

다”고 말한다.

 

협회는 매년 연초에 전국의 심마니가 모이는 전국산신대제와 하계심신수련회, 숲사랑 홍보캠페인, 연말 정기총회

같은 행사를 치른다. 가장 큰 행사인 전국산신대제는 산신령에게 올리는 거국적인 심마니들의 제사다. 심마니들

은 대부분 산신령을 믿고 개별적으로 산에 오를 때마다 산제를 올린다.

지금은 산삼이 줄어드는 것처럼 심마니 수도 줄어들고 있다며 회원이 늘기보다는 정리하는 과정이라 한다. 그는

“심마니들은 사연 많고 힘든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많다”며 “요즘은 산삼 가격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져 심마니들

도 겨우 먹고 사는 정도”라고 설명한다.

골수 심마니들은 아직도 산에 들어가기 며칠 전에는 고기를 먹지 않고 금욕하며, 말을 삼가고 살생을 하지 않는

등 몸가짐에 조심한다. 심마니들은 까마귀를 좋아해 까마귀가 산삼을 안내한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독사에게 물

리는 걸 막기 위해 장화를 신는데, 안에 천을 덧댄 것을 신어야 이빨에 뚫리지 않는다. 정작 무서운 건 뱀보다는

벌이라고 한다. 

양질의 삼을 속이지 않고 팔겠다

심마니학교에 베테랑 심마니들이 모였다. 포천에서 온 이는 이창규(56) 협회 포천지부장과 복진희 회원이다. 그는

20년 경력의 베테랑으로 원래 카센터를 운영하다 친구 보증선 것이 잘못되어 빚더미에 앉고 카센터에 불이 나 쫄

딱 망했다.

 

실의에 빠져 술로 하루하루 보내며 몸이 망가지게 되었는데, 약초꾼 친구가 몸보신이나 하라고 산삼을 한 뿌리 주

었다. 잦은 폭음으로 속이 편할 날이 없었던 그는 산삼을 먹고 약효를 체험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스스로 산에

올라 심마니가 되었다.

이창규 지부장은 심마니협회에서도 삼을 잘 보기로 소문난 이로 삼을 캐면 꼭 주변에 씨앗을 심는다. 그러곤 “심

마니는 앞으로 아플 사람의 고통도 헤아려야 하다”고 말한다. 본인 생전에 이 삼을 캐지 못하더라도 후세의 사람

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다.

복진희씨는 10년 넘게 등산을 하다 우연히 산삼을 캔 후 본격적인 심마니의 길에 접어들었다. 베테랑인 이 지부장

을 사부로 삼고 5년 동안 함께 산을 다니고 있다. 심마니들은 별도의 교육기관이 드물어 보통 사부와 제자 사이로

삼을 배우며 심마니가 된다. 그녀는 삼을 잘 캘 뿐만 아니라 잘 판다고 소문이 났는데, 신기하게도 삼을 캐면 바로

먹을 사람이 나타난다고 얘기한다. 약효가 소문을 타기도 하고 여자니까 속이지 않을 거라고 믿어 준단다.

정신호(53)씨는 30년 경력의 베테랑으로 충북 영동이 고향이다. 원래 시골에 살다 보니 약초를 많이 캤는데 30여

년 전 가평에서 삼 30뿌리를 캐면서 본격적으로 심마니가 되었다. 과거에는 일반 옷에 농사 장비를 주로 가지고

다녔는데 요즘은 심마니들도 등산복 차림으로 다 바뀌었다고 한다.

박민식(41), 정재후(58), 정만식(40) 세 사람은 산삼과 산양산삼을 투명하게 유통하자는 데 의기투합해 ‘착한 사람

들’이라는 판매 매장을 화천 간동면에 세웠다. 워낙 속고 속이는 게 많으니 정직하게 거래하겠다는 신념으로 상호

를 ‘착한 사람들’로 했다는 설명이다. 정재후 연천지부장은 원래 서울시 모 구청 공무원이었다.

“20년 전 당시만 해도 공무원 비리가 심했어요. 고위 간부에게 계속 상납하는 식의 부정부패여서 혼자만 깨끗하게

굴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저는 독실한 천주교신자였기에 종교인으로서 회의를 많이 가졌지요. 그러다 결국 더

러운 꼴 안 보려고 다 때려치우고 연천에 들어와서 살다 심마니가 됐어요.”

이들은 건강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중간도매상 성격이 크다. 협회 춘천지부 사무장을 맡았던 박민식 대표는 “양질

의 삼을 속이지 않고 팔겠다”는 신념으로 매장을 세웠다고 한다. 장뇌를 직접 키우지 않고 전국의 농가를 돌아 직

접 보고 장뇌를 산다고 한다. 약효가 좋은 양질의 삼을 사기 위해서다. 그는 속을까봐 걱정하며 고가의 산삼을 먹

는 것보다 마음 편하게 저렴한 장뇌를 먹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권한다.

정만식씨는 10년 동안 산삼을 캤다. 수입이 일정치 않은 심마니 특성상 안정적인 일을 하고 싶어 동업으로 매장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판로가 없는 심마니나 농가의 삼을 정직하게 팔아 주고, 속지 않고 삼을 먹게 하

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불임이었던 부부가 삼을 먹고 아기를 가진 경우가 세 번 있었다”며 “삼을 먹고 몸이 좋아

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즐겁다”고 한다. 

매장에서 장뇌와 산삼을 함께 팔지만 매출의 8할은 장뇌라고 한다. 그는 산삼을 먹을 때는 순수하게 귀한 것을 먹

는다는 마음을 가져야 약효가 좋다고 한다. 의심하면 약효를 조금밖에 볼 수 없다고 한다. 오래 씹을수록 좋은데

가볍게 저녁을 먹고 잠들기 두 시간 전에 먹는 것이 좋으며, 며칠간 녹두, 콩, 기름지고 비린 음식은 삼가야 약효

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장뇌는 10~20뿌리에 10만~20만 원짜리처럼 저렴한 것도 있다. 여러 뿌리를 한 명이 다 먹어야 약효를 볼 수 있

다. 박 대표는 “저렴하고 합리적이며 속을 우려가 없다”고 한다.

나이든 심마니들은 “산신령님이 점지해 주는 산삼이 언제부터 속고 속이는 것이 되었는지 안타깝다”고 말한다. 몸

가짐이 바른 심마니에게 아픈 사람을 도우라고 점지해 주던 산삼이 이제는 어설픈 로또로 변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믿고 있다. 깊은 산 어딘가에 천종산삼이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