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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상식

[왕초보를 위한 등산특강-6] 등산식량

by 박달령 2013. 8. 1.

[왕초보를 위한 등산특강-6] 등산식량

- 서울산악연맹 이연희 부회장-

 

“2시간에 최소 한 번은 섭취해야 몸 축나지 않아요”

집에서 아침밥 먹고 출발하고, 꿀 넣은 미숫가루 효율적

 

일상에서는 입는 것보다 먹는 것이 더 중요시 여겨질 때가 많다. 그러나 산에서는 입는 것이 먹는 것보다 더 중요

시 여겨질 때가 많다. 등산을 할 때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중요한 요소다. 일상에서는 한두 끼니를 걸러도 문제

가 없지만 등산 중에 끼니를 거르면 탈진으로 조난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제 아무리 값비싼 기능성 등산복을 입었다 해도 배낭에 영양가 있는 음식이 없다면 산행을 오래 할 수 없다. 생명

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가 등산 중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것이다.

등산에서 정상에 올라 멋진 경치를 볼 때의 즐거움만큼 비중이 높은 것이 먹는 즐거움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산에

서 먹으면 훨씬 맛있게 느껴지고 일행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유쾌한 시간을 갖는 것은 산행의 중요한 요소다. 산

에 가면 어떤 브랜드를 입었냐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어떤 음식을 싸왔는지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최상의 컨디션을 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피부 밖에 얼마짜리 옷을 입느냐가 아니라 피부 안의 몸이 어떤 음식

으로 에너지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다. 등산의 기초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적당한 타이밍에 적당한 영양소를

먹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산에 갈 때는 아침밥 먹어야

산악구조대의 말에 따르면, 탈진으로 구조된 사람의 배낭엔 대부분 먹을 것이 많다고 한다. 먹는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에 기운과 입맛을 잃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탈진에 이른다. 그렇다고 많이 먹는 것이 등산에 좋은 건 아니다.

지나치게 배가 부르면 걷기 불편하고 등산처럼 체력 소모가 큰 육체활동에선 심장에 무리를 주기도 한다.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음식을 적당한 양만큼 먹어야 한다.

당일산행을 기준으로 하면 집에서 먹는 아침 식사가 중요하다. 평소엔 아침을 거르는 습관이 있다고 할지라도 산

에 갈 때는 집에서 아침을 먹고 나와야 한다. 성인의 하루 필요 열량은 평상시 2,000~2,500kcal인데 등산할 때는

3,000~5,000kcal가 소모된다. 등산에 필요한 열량을 채우려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

다.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이 에너지로 사용되는 원리를 알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몸에 저장된 영양소 구성 비율은 대략 탄수화물 2%, 지방 85%, 단백질 13%다. 밥, 즉 탄수화물은 가장 많이

먹는 영양소지만 몸에 저장할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어 초과 섭취된 탄수화물은 지방이 된다. 지방은 탄수화물

이나 단백질보다 훨씬 높은 열량을 낸다.

 

그러나 어떤 운동이든 초기에는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쓴다. 등산의 경우 보통 1시간 이상 지나야  열량이 높

고 많이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쓴다. 등산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은 지방의 에너지 사용비율을 높이게 된다.


탄수화물은 지방을 녹이는 땔감

지방은 반고체상태이므로 에너지로 사용하려면 잘 녹여야 한다. 지방을 태워 에너지로 쓰려면 탄수화물을 주기적

으로 먹어 줘야 한다. 장작불을 피우려면 불에 잘 타는 짚이나 잔가지를 넣어야 불이 잘 붙는 것과 같다. 나무가

지방이고 잔가지가 탄수화물인 것이다. 세계등산협회에서는 최소한 2시간 이내 음식을 섭취하도록 권하고 있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지방을 더 많이 태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탄수화물을 섭취해 주지 않으면 몸은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지 않고 단백질을 뽑아 쓴다. 단백질은 근육이므로 빈속에 단백질을 에너지원으로 운동이나

노동하는 것을 흔히 ‘몸이 축난다’고 말한다.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혈당치가 낮아지고 뇌에 악영향을 미쳐 균형감각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기절하기도

한다. 산에서 조난 시 겪는 환상방황 같은 것도 탄수화물을 제때 먹어 주지 않아 분별력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므로 산행할 땐 2시간 이내에 반드시 음식이나 간식을 먹어 주기적으로 탄수화물을 보충해야 한다.


탄수화물은 크게 단당류와 다당류로 나눌 수 있다. 단당류는 먹으면 바로 몸에 흡수되어 에너지로 쓰이는 반면,

다당류는 단당류가 뭉쳐 있는 형태로 상대적으로 흡수가 느리다. 밥은 다당류에 속하므로 아침에 집에서 먹고 나

서야 한다. 아침식사 후 이동하는 1~2시간 동안 에너지화되기 때문이다.

 

단당류 식품 먹고 바로 힘쓰자

산행 중에는 보통 바로 에너지화할 수 있는 단당류 식품이 좋다. 단맛이 나는 설탕, 꿀, 엿 등이 대표적인 단당류

다. 그래서 행동식으로 초코바, 양갱, 사탕, 말린 과일, 곶감 등을 많이 싸온다. 이런 행동식은 비상식으로 늘 배낭

에 휴대하는 것이 좋다. 산에서는 만약의 상황에 늘 대비해야 하며 이런 작지만 사소한 준비들이 자신은 물론 타

인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초보자들은 그날의 산행에 따라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3시간 이하의 짧은 산행이라면 초코바, 사탕 같은 과

자류의 행동식만으로도 산행이 가능하다. 산행이 3시간을 넘어서게 되면 에너지 소모도 커지고 과자류의 단 음식

만으로는 질려서 계속 먹기도 어렵다. 이론적으로는 단당류 탄수화물을 먹는 게 옳을지 몰라도 산에서 먹는 재미

와 입맛을 따진다면 도시락을 싸서 밥도 먹고 야채도 먹는 것이 좋다.

초보자가 등산하러 가면서 탄수화물, 단당류, 다당류 따져가며 음식을 싸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그러므로

당일산행 시에는 몇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아침을 집에서 먹고 나와야 하며, 산행 중 2시간 이내에는 반드시 행

동식이나 식사 등의 음식을 먹어야 하며, 초코바 같은 단맛 나는 과자류의 간식은 산에 갈 때 항상 휴대하는 것이

좋다.

 

도시락을 준비할 때는 먹는 재미가 있어야 하므로 영양성분에 상관없이 평소 선호하는 음식을 준비하되, 지나치

게 무겁거나 국물 등 흐를 수 있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계절을 감안해 음식이 상하기 쉬운 계절에는 김밥이

나 해산물처럼 잘 상하는 음식도 피해야 한다.

음식 무게는 개인차가 있지만 당일산행에선 무게에 너무 신경 쓸 필요 없다. 약간 무겁더라도 산행 중 음식을 먹

을 것이니 무게는 점점 줄어들게 되어 있다. 하지만 필요 이상 무겁게 지고 갈 이유는 없으므로 유리용기 대신 플

라스틱이나 지퍼백 등의 비닐류에 싸면 무게를 훨씬 줄일 수 있다.

물은 충분히 마시고 스포츠음료도 좋아

등산식량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물이다. 간혹 물을 많이 마실수록 갈증이 더하기 때문에 참아야 한다

고 하는데 이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물은 필요한 만큼 충분히 마셔야 하며 산행 중에는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주

기적으로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전해질을 신속히 보충해 주는 게토레이나 포카리스웨트, 파워에이드 등 스

포츠음료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단당류는 액체 상태일 때 흡수가 더 빠르므로 꿀물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한발 더 나가 미숫가루에 꿀을 넣으면

이상적이다. 갈아 넣은 곡물의 영양분과 단당류의 빠른 흡수, 수분 보충까지 해결할 수 있다. 최근에는 파워웰 같

은 물에 타먹는 기능성 영양식품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처음 산에 다닐 때는 500ml짜리 생수병 몇 개를 넣어 가면 된다. 산행이 잦아지고 따뜻한 물이나 시원한 얼음물을

오래 유지하고 떨어뜨려도 터지는 걸 막기 위한 필요성이 생긴다면 날진수통이나 보온병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

다. 날진수통은 가벼우면서도 뜨거운 물을 넣었을 때 변형이 없어 산꾼들이 즐겨 쓴다.

다양한 동결건조 식품

최근에는 군대에서 전투식량으로 먹던 동결건조식품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뜨거운 물이 필요한 것과 화학성

분을 이용해 끈만 당겨 데울 수 있는 식품도 있다. 버너로 취사할 경우 요즘처럼 건조한 시기에는 산불위험이 있

으므로 주의해야 하며 대피소 등 정해진 장소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제트보일도 요즘 들어 많이 쓰는 장비인데 가스에 컵 형태의 버너로 1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물을 끓일 수 있다.

버너가 코일 형태라 열효율이 높고 컵라면이나 커피, 동결건조식품에 유용하다. 가볍고 바람막이가 없어도 사용

가능해 비상용으로 휴대하는 이들도 있다.


만들기 편한 주먹밥, 도시락으로 좋아

이연희 서울시연맹 부회장은 오랜 등반 경력에 걸맞게 나름의 식량 노하우가 있다. 두 아이의 엄마답게 인스턴트

식량보다는 가급적 몸에 유익한 천연조미료 음식을 선호한다. 간단히 산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가장 선호하

는 건 주먹밥이다. 만들기 쉽고 쉽게 상하지 않으며 맛도 있고 영양도 좋다. 충무김밥처럼 맨밥을 김에 싸서 김말

이를 만들어 오이, 상추 등의 채소류를 쌈 싸 먹는 것도 손이 덜 가는 맛있는 점심 식사법이다.

잼을 바른 식빵도 좋은 행동식이다. 잼이 단당류에 속하므로 식빵의 다당류적인 특성을 보완해 준다. 이 부회장은

행동식으로 떡을 권한다. 초콜릿류의 단 음식을 보완할 수 있다고 한다. 말린 과일과 곶감도 괜찮다. 천연식품이

라 몸에 좋고 유통기한 길고 가벼우며 열량이 높다.

바쁠 때는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사가기도 하지만 김밥전문분식점의 경우 중국산 저질 쌀을 사용한다고 보도된 바

있어 산에 갈 때마다 이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김밥이 상하기 쉬운 여름에는 시금치와 부추를 빼

고 밥에 식초를 잘 섞어 싸면 덜 상한다고 한다.

 

소시지나 고기는 몸에서 에너지화하려면 긴 시간이 걸리므로 권할 만한 등산식량은 아니지만 행동식의 단맛을 보

완해 주는 보조 기호식품으로 좋다.

이 부회장이 산에서 즐기는 음식 중 하나는 김치수제비다. 지퍼백에 밀가루와 김치국물을 넣어 산에 가져가서, 손

으로 주물러 섞은 후 끓는 물에 조금씩 떼서 넣으면 수제비가 된다. 더 맛있게 먹고 싶다면 멸치나 다시마, 표고

등을 갈아 작은 통에 넣어 천연조미료로 쓸 수 있다.

 

몸에도 좋고 더 깊은 맛이 난다. 덧붙이자면 자연과 하나 되고자 산을 찾은 것이므로 1회용품, 즉 스티로폼 용기

나 나무젓가락 등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집에서 쓰는 젓가락과 숟가락 등 평소 쓰던 수저 중 가벼운 것을 준비하

는 것이 좋다.

간식과 물, 자주 넣고 는 걸 귀찮아해선 안 돼

배낭에 아무리 영양식을 많이 싸왔어도 안 먹으면 허사다. 산에서는 배고프면 이미 늦은 것이다. 배고프기 전에

꾸준히 먹어야 한다. 행동식은 배낭 깊숙한 데보다는 꺼내기 쉬운 곳에 넣어야 한다. 배낭 사이드포켓에 수통을

넣으면 산행 중 빠져 아래쪽의 뒷사람이 다치거나 무게가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으므로 배낭 안에 넣는 것이 좋

다.

 

사이드포켓에 넣을 경우 배낭 벨트로 수통을 고정해야 한다. 산행할 때는 배낭에서 자주 넣고 빼는 것을 귀찮아해

선 안 된다.

산행 중 술은 금물이다. 산행 중 음주는 운동신경이 저하되어 실족의 위험이 있고 판단력은 떨어지고 겁이 없어져

사고의 원인이 된다. 추울 때 술을 마시면 몸이 따뜻해진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술을 마시는 순간은 몸이 뜨거워

지는 것 같지만 분해과정에서 에너지를 써버리기에 체온이 떨어져 저체온증 위험이 더 커진다.

<출처>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4/02/201304020181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