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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상식

<펌글> 부동산 등기부의 불완전한 공시기능

by 박달령 2008. 12. 14.

<펌글> 법률신문/ 사설.칼럼/ 법조광장/ 2008년 12월 11일

 

[제목] 개선되어야 할 부동산 등기제도 - 김영대 법무사(영주)

 

1. 처음에

 

부동산등기제도의 첫째 목적이라면, 부동산의 현황과 권리관계를 일반에게 공시하여 거래의 안전과 신속을 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마련된 부동산등기부가 일반의 열람에 제공되어 부동산거래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에 대한 권리관계를 나타내는 유일한 공적 장부인 등기부 관리를 위하여, 대법원에서는 막대한 인적·물적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전산정보처리조직에 의하여 신속히 등기사무를 처리하고 있는 지금은 선진 어느 나라 부럽지 않을 만큼 발전된 모습이다.

 

그러나 아무리 잘 갖추어진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첫째 목적인 부동산 권리관계의 공시 기능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한다면 공신력 없는 부동산등기를 더욱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부동산 거래는 불안할 수밖에 없고, 그와 비례한 대체수단 이용과 분쟁 증가로 사회의 간접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아직 이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으므로 필자가 일선에서 느낀 부동산등기부의 공시기능에 관한 문제점과 그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 불충분한 공시기능

 

부동산 등기는 민법 제186조와 제187조에 의하여 부동산물권 변동의 효력요건과 처분요건인 동시에, 제3자에 대한 대항력, 순위확정력, 추정력, 후등기저지력 등 각종 부수적인 효력이 있다. 때문에 등기부 하나만으로 배타적 권리인 물권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관한 모든 권리들 끼리 우열을 충분히 가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각종 특별법에 의하여 등기를 하지 않더라도 등기부에 공시된 물권에 버금하거나 우선하는 권리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 바, 이는 물권법정주의에 반할 뿐만 아니라 부동산등기부의 공시기능을 무력화 내지는 교란시켜 거래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문제는 이들 특별법에 규정된 권리들은 아예 공시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아주 불충분한 공시방법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경우, 임차인의 주택 인도와 주민등록만으로 ‘대항력’과 ‘최우선 변제권’을 부여하고, 확정일자까지 갖추면 ‘순위에 의한 우선변제권’을 인정한다.

 

이처럼 경매청구권만 없을 뿐 담보물권과 같은 막강한 권리를 부여하면서 공시방법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 주민등록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주택을 인도 받았는지, 주민등록은 전입되었는지, 확정일자 있는 증서를 소지하고 있는지 일반이 전혀 알 수 없다.

 

더구나 확정일자는 부여기관의 관할이 없고, 증서 사본조차 보관하는 규정이 없다. 이처럼 부실한 공시기능 때문에 부동산의 이해관계인 모두 예측하지 못한 피해자가 되거나 분쟁 당사자가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상가임차인들, 압류일자가 담보권 설정일보다 늦더라도 법정기일로 따져 담보권에 우선하는 국세기본법과 국세징수법, 지방세법과 이들 관련 규정을 준용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국민연금법, 기타 각종 공과금의 우선징수 규정들, 분묘기지권, 법정지상권, 유치권, 형성판결, 일정기간의 임금채권 등은 등기가 없더라도 등기부상 공시되어 있는 물권에 우선 하거나 같은 권리로 취급된다.

 

나아가 국세징수법에 의한 체납처분절차는 강제집행절차와 양립할 뿐만 아니라, 매각대금의 배분에 있어서도 등기부상 가압류 채권자를 배제하고 있어 부동산 등기제도가 근본에서부터 흔들리는 셈이다.

 

거래당사자들로서는 이처럼 공시되지 않은 권리들을 쉽게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거래가 원활하지 못하거나 거래의 안전까지 크게 위협 받게 된다. 그 결과 다른 사람들의 권리관계를 알 수가 없는 임차인은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있고, 일반채권자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 강제집행에 착수하더라도 배당금이 부족하거나 잉여가망이 없어 경매절차가 취소되기도 한다.

 

낙찰인이 뜻하지 않은 인수되는 권리나 채권자들의 예상치 못한 줄어든 배당금 때문에 건물명도, 배당이의, 부당이득반환 등 각종 소송이 늘어나게 되어 당사자는 물론 법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공시되지 아니한 권리들로 인하여 낙찰가가 낮아진다면,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에게 손해를 끼치는 결과가 되어 부동산 경매의 정당한 가격에 의한 환가기능까지 무시되는 셈이다.

 

부동산 경매가 인기 있는 이유는 시중시세보다 낙찰가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세 차익은 부동산에 대한 정확한 권리관계가 공시되지 않을수록 커진다. 그렇다면 최근 부동산 경매 붐이 일어난 원인의 하나로 부동산에 대한 권리관계 공시기능의 문제점을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물권법정주의에 반하고 불충분한 공시기능 때문에 일어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하여 부동산등기부의 공시기능은 개선되어야만 한다.

 

3. 개선방안

 

첫째, 물권법정주의에 따라 함부로 물권을 창설할 수 없음에도 특별법에 의하여 물권에 버금가는 권리를 부여한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임대차보호법, 기타 각종 특별법에 산재한 부동산에 관한 권리 규정들을 민법에 흡수하거나, 주택임대차보호법과 같이 시행된 지 오래되어 일반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경우 아예 폐지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둘째, 등기에는 물권변동 효력만이 아니라 대항력도 주어지므로 기존의 쌍방신청에 의한 담보권설정 등기에는 경매청구권을 종전대로 유지하고, 임차권 등 일반채권은 간이하게 등기를 할 수 있도록 쌍방신청주의를 완화하되 경매청구권은 부여하지 않는다.

 

즉 주택이나 상가 임차인 일방의 등기신청을 허용하더라도 임차권 내용을 공시하는 것에 불과하고, 임차인이 당장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등기된 임차권의 내용에 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는 물론, 다툼이 없더라도 임차인이 보증금 회수를 위한 강제집행에 착수하려면 별도의 집행권원을 득하여야 하므로 소유자에게 실질적인 피해는 없게 된다. 현재 시행 중인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는 일방신청의 한 예가 될 것이다.

 

셋째, 간이한 등기와 아울러 배당절차에서 채권자 평등주의를 우선주의로 바꾸어 등기부에 등재된 순서대로 우선적 효력을 인정하게 되면, 채권자들의 성실한 등기를 유도하는 결과가 되어 등기부의 공시기능이 강화되는 셈이고, 부지런한 선순위 채권자의 권리행사로 생긴 과실을 가로채려는 게으른 후순위 채권자나 가장채권자들로부터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

 

넷째, 법 개정이 어려운 경우, 주택임대차계약서의 확정일자는 부동산소재지 등기소나 읍·면·동사무소 중 1곳에서 전담하여 취급토록하고, 확정일자 날인 시에는 증서의 부본을 함께 제출토록 하여 확정일자 취급기관에서 행정구역별 지번순으로 보관하며, 최소한 계약일자와 임대차보증금 정도는 일반의 열람에 제공하여 공시기능을 감당토록 한다.

 

다섯째, 유치권은 부동산과 관련하여 발생한 채권내용 및 점유관계를 등기부에 공시토록 강제하고, 유치권 남용을 막기 위하여 등기부상 선순위 권리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도록 한다. 아울러 분묘기지권이나 법정지상권도 그 내용과 범위를 등기토록 강제한다.

 

여섯째, 조세채권이 법정기일을 기준하여 선순위 담보 물권에 우선하는 것은 행정편의 위주로서 일반채권자들과의 형평성에서 문제가 되므로, 조세채권도 압류 등기 순서에 따라 우선 권리를 인정토록 개선한다.

 

한편 민사집행절차와 체납처분절차가 동시 또는 이시(異時)에 따로 진행되고 있으므로, 경·공매 절차를 조정하여 2중 절차 진행에 따른 비용 손실과 혼란을 막을 필요가 있다. 더구나 공매절차에서 매각대금은 매각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채권자에게는 배분되지 않고, 매각대금이 남으면 체납자에게 배분된다. 부동산 등기제도의 근간을 의심케 할 정도의 비합리적인 이런 규정들은 경매절차와 같은 방법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4. 마치면서

 

부동산에 관한 권리관계를 공시하기 위한 유일한 공적 장부로서 부동산등기부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각종 특별법에 의하여 공시되지 않거나 불충분한 공시방법을 취하는 권리들이 등기부에 공시된 권리에 버금하거나 우선하는 효력을 가진 탓에 등기부가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의 신속과 안전을 도모키 위하여 관련법들을 정비하고, 경매청구권을 주지 않는 일방 등기신청 권리를 허용하며, 부동산에 관한 모든 권리의 공시는 등기부로 일원화 하고, 등기 순서에 따라 우선효력을 인정하는 방법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