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에게 속은 남편 (欺妻之郞)
장례식이나 굿을 할 때 경(經)을 소리 높여 읽어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런 이를 '경사(經師)'라 불렀다. 경사 중에는 보통 장님이 많았지만 더러는 장님 아닌 사람도 있었다.
장님이 아닌 어느 한 경사의 젊은 아내의 자태가 매우 고왔다.
그런데 바로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이웃집에 잘생긴 청년이 있어서 경사의 아내를 흠모했다. 두 사람은 담 너머로 눈길이 서로 마주칠 때면 눈짓을 하곤 하다가, 마침내 만나서 깊은 관계를 맺었다. 경사가 외출하고 나면 부인은 담 구멍을 통해 쪽지를 넣어서 연락하고, 그러면 청년은 담을 넘어와 서로 끌어안고 뜨거운 열정을 불 태웠다.
어느 날, 역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편이 외출한 뒤에 부인은 이웃 청년을 불러들였다. 두 남녀가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벗고 누워 오랫동안 여러 가지 장난을 하면서 노는 사이, 그만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매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몸을 합쳐 바야흐로 정감이 무르녹고 있는 그 순간, 갑자기 남편이 대문을 밀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방문과 대문이 마주하고 있어서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보이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두 남녀는 꼼짝없이 발각될 지경에 놓였다.
이 때 부인의 머리에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가는 묘안이 하나 떠올랐다. '옳지! 그렇게 하면 남편을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다.' 곧 부인은 얼른 속곳 바지만 주워 입고 젊은이를 방 안쪽에 밀쳐 보이지 않게 한 다음, 벗어 놓은 치마를 들고 방문을 열며 재빨리 뛰어나갔다.
그리고 방문 앞에 거의 다가온 남편을 향해 펄쩍 뛰면서 치마를 펼쳐들어 남편의 얼굴을 감싸안았다. 그런 다음에 남편의 귀에 대고 다정하게 속삭였다.
"어서 오세요 ! 어디에서 오시는 경사님이신가요?"
이러면서 장난치듯 될 수 있는 대로 큰소리로 깔깔대고 웃었다.
그런 다음 남편의 얼굴에 치마를 씌운 채로 허리를 끌어안으며 앞이 보이지 않게 막았다. 아내의 이런 모습에 경사는 아내가 자기를 환대하여 장난하는 것으로 알고 기뻐하며 아내를 끌어안고는,
"응! 나는 북쪽 재상 집 장례에 갔다 오는 길이오."
이렇듯 한참동안 치마를 뒤집어쓴 채 떠들며 좋아하는 사이에, 청년은 옷을 주섬주섬 쓸어안고 재빨리 방에서 달려나와 집 모퉁이를 돌아 담을 넘어 가버렸다.
경사는 아내를 끌어안고 있다가 아내가 속곳만 입고 있는 것을 알아채곤,
"여보! 속옷만 입고 나 오기만을 기다렸구려."
라고 하며 자기를 기다리며 미리 옷을 벗고 있는 줄 알고 좋아했다.
그리고는 아내를 끌어안아 방으로 들어가 눕히고 마침내 몸을 합치니, 이날 따라 아내는 더욱 적극적으로 남편의 움직임에 호응하여, 남편은 매우 흡족해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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